홍은 타고나는 색이 아니다. 갓 태어난 홍학은 잿빛 솜털을 뒤집어쓴, 솔직히 말해 볼품없는 회색 병아리다. 그 칙칙한 새를 노을빛으로 물들이는 것은 오직 식단 — 남조류와 소금새우에 든 카로티노이드 색소다. 말하자면 홍학은 먹은 대로 물드는 새다. 당신이 당근을 아무리 먹어도 분홍이 되지 않는 까닭은, 유감스럽게도 당신이 홍학이 아니기 때문이다.

동물원의 홍학이 야생보다 옅은 이유, 새끼에게 먹이는 '분홍 우유'의 정체, 그리고 60년을 사는 장수의 비결까지 — 이번 호는 분홍이라는 색 하나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 편집장의 글, 12쪽에서 계속